책이처럼 사소한 것들
다시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펼롱은 네드가 오래전 크리스마스에 선물해 주었던 보온 물주머니를 생각했다. 그 선물을 받고 실망하긴 했으나 그것 덕분에 밤마다 그 뒤로도 오랫동안 따스함을 느꼈다. 다음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에 펄롱은 '크리스마스 캐럴'을 끝까지 읽었다. 미시즈 윌슨은 펄롱에게 큰 사전을 이용해서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라며, 누구나 어휘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. 펄롱은 그 단어는 사전에서 찾을 수가 없었는데, 알고 보니 '어희'가 아니라 '어휘'였다. 이듬해 펄롱이 맞춤법 대회에서 1등을 하고, 부상으로 밀어서 여는 뚜껑을 자로도 쓸 수 있는 나무 필통을 받았을 때, 미시즈 윌슨은 마치 자기 자식인 양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 주었다. "자랑스럽게 생각하렴." 미시즈 윌슨이 말했다. 그날 종일, 그 뒤로도 얼마간 펄롱은 키가 한 뼘은 자란 기분으로 자기가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소중한 존재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돌아다녔다. (37p)
펄롱은 어느새 또 미시즈 윌슨 집에서 지내던 때를 생각하고 있었다. 펄롱은 생각할 시간이 너무 많아서, 색전구와 음악 등등 때문에 어쩐지 감상적인 기분이 되어서, 또 조앤이 합창단에서 노래할 때 합창단의 일원으로 완전히 어우러진 듯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던 탓에, 또 레몬 냄새가 그 정든 옛 부엌에서 크리스마스 무렵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일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. (35p)